조희연(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 소장)
*이 발제는 한국민주주의와 민주화운동의 경험을 복기(復棋)하는 심정으로 돌아보면서, 버마의 향후 포스트-독재의 경로가 더욱 성공적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마련된 것이다.
*민주화운동의 시기구분---개방화・자유화의 시기/본격적 민주화의 시기/반독재 민주세력의 집권 시기
I. 개방화・자유화의 시기
민주화의 필요성이 국민 다수에게 수용되면서 독재세력도 민주화의 필연성을 수용하게 되고, 여기서 ‘위로부터의 유화조치’가 시행되게 된다. 83년부터 87년 까지의 시기가 될 것이다.
도전1: 반독재 민주화 세력 내부에서의 타협파와 비타협파의 분화 및 갈등
83년 후반 유화조치 이후, 85년 2.12 총선 이후 ‘이민우 파동’과 같은 사례가 나타나게 된다. 비타협파가 타협파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가.
II. 본격적인 민주화의 시기
버마에서는 여러 차례 민주항쟁이 출현했는데, 한국의 87년 6월 민주항쟁과 같이 결정적인 민주항쟁이 나타나게 될 것. 독재의 붕괴를 염두에 다양한 포스트-독재의 플랜이 준비되어야.
도전2: 선거민주주의의 도입 이후 반독재 야당 지도자들의 분열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선거민주주의의 도입은 야당지도자들이 스스로 대통령이나 수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게 되고, 여기서 본격적인 분열의 가능성이 출현. 한국의 87년 야당 지도자의 분열.
반독재세력은 독재에 저항하는 맥락에서 도덕적이고 희생적이지만 반독재세력 참여자 모두가 도덕적으로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다. 독재 하에서는 억압되었던 ‘탐욕’이 지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독재 하의 어려운 시절’을 생각하면서 ‘희생과 양보의 미덕’을 포스트-독재 국면에서 지속한다면, 민주화의 경로는 더욱 순조로울 수 있다.
도전3: 군부독재정권에 대한 국민적 항쟁의 발전은 군부체제에 동맹하고 있던 다양한 세력연합의 균열을 가져온다. 이것을 어떻게 가속화하고 그 일부가 반독재 저항에 합류하도록 할 수 있는가.
i)군부집권세력 내부의 균열 확대 전략과 견인 전략?
ii)독재 연합에 이해관계를 갖는 여러 세력의 견인
한국의 87년 항쟁에는 계층적으로는 화이트칼라, 도시 중간층, 심지어 상층 자본세력의 이반도 출현.
도전 4: 반독재 저항진영 내부에서 ‘반독재 중도개혁자유주의적 세력(아웅산 수지 등)’과 구별되는 ‘급진세력’의 ‘정치세력화’를 어떻게 언제 수행할 것인가.
한국의 경우를 보게 되면, ‘비판적 지지’의 시대를 경과하여 후에 민주노동당과 같은 급진진보정치세력화의 과정이 이루어졌다. 분립(分立)을 하고 반독재투쟁과 민주개혁국면에서 연합해서 투쟁하는 방법과 반대의 방법?
도전 5: 포스트-독재 이후의 국가 운영 플랜. 사회경제 정책을 포함하는 국가운영 플랜--사회경제정책 수립 task force의 구성
저항세력으로서는 ‘유능’하나 집권세력으로서는 ‘무능’할 수 있음.
포스트-독재 이후, 국가민주화, 시장민주화, 시민사회 민주화가 과제가 중층적으로 제기됨. 특히 시장민주화과 관련해서 예견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함.
i)새로운 경제운영전략 및 분배전략.
군부독재 하에서 그와 유착하여 성장한 대자본, 대기업집단 등의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은 물론 민주화의 질에 의해서(군부지배세력 대 저항세력의 역관계) 결정되는 것임.
이런 점에서 사회경제정책 입안 팀이 구성될 수도 있을 것.
ii)저항세력에 의해서 요구되어져 온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구를 실현한 사회경제적 개혁플랜.
iii)부동산이나 보건의료, 교육 등의 분야에서 어떻게 공공성을 담보하는 정책프레임을 형성・정착시킬 것인가.
부동산 같은 경우 산업화 과정에서 투기의 매개요인이 된다. 이것이 ‘원시적 축적’의 계기이기도 하지만, 싱가포르 모델과 같이 ‘공공임대주택’ 정책이나 ‘주택의 탈상품화’ 전략 같은 것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경제의 상이한 운영모델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여야(주택정책이나 보건의료, 교육 등의 분야에서 시장논리의 허용 정도가 상이할 수 있다).
도전 6: 포스트-독재 민주개혁 국면은 지속적인 인적 교체의 과정이다. 어떻게 새로운 인적 구성의 쇄신을 달성할 것인가.
한국의 야당은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리더쉽에 의해서 ‘위로부터의 인적 교체’를 수행하는 과정이었다. DJ같은 경우는 지속적으로 합당, 비제도야당 운동권에서의 인적 ‘수혈’을 통한 인적 쇄신과정이었다.
도전 7: 독재세력의 ‘변형주의’적 재편에 대한 대응
1990년 3당합당은 독재세력이 자기혁신과정에서 재야를 흡수하는 과정이었다. 포스트-독재 이후 국면에서, ‘선거민주주의’ 틀 내에서 경쟁하는 과정에서 상호 변형주의적 혁신 경쟁이 존재한다. 반독재 저항진영의 온간파가 일부는 독재정당의 변형주의적 재편에 흡수될 수 있다.
도전 8: 사회운동의 변화 및 재편전략
i)기층집단의 주체화 전략
한국의 경우 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정치적 통제가 약화되면서 7・8・9월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반독재 학생운동, 반독재 지식인운동, 반독재 중간층 운동과 구별되는 노동자와 민중운동의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기본적으로 포스트-독재 민주주의는 중간층을 넘는 민중의 의식화와 주체화에 달려 있다(노동운동의 발전은 산업화의 수준과 연계된다). 이런 점에서 노동자, 빈민, 민중들의 조직화와 정치화의 촉진과 그들의 목소리가 제도정치 내에서 반영되도록 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ii)포스트-독재 국면에서 국민적 의제로 ‘부패’의 문제가 부상한다. 이를 어떻게 개혁적 세력들이 선점하고 선도할 것인가.
도전 9: 독재 하에서 억제된 사회적 균열들의 민주적 통합 전략
독재 하에서는 높은 억압 때문에 다양한 사회적 균열들(인종 갈등, 지역 갈등 등)이 잠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민주화가 되면 오히려 이러한 억압되었던 갈등들이 전면화되어, 때로는 ‘분리주의’적 갈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동유럽이나 동남아시아에서도 이러한 경우가 많았다. ‘억압에 의한 통합’ 아니라, ‘민주적 소통에 의한 통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균열선에서 다수자적 기득권을 갖는 집단의 양보와 개방성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
도전 10: 국가 민주화의 핵심으로서의 군부 개혁
독재는 다양한 형태의 정치적 독점, 경제적 독점, 사회적 독점의 복합체이다. 민주화의 과정은 ‘다층적인 탈독점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독점에서는 특별히 군부의 정치적 권력독점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 93년 문민정부가 수립된 후 전격적인 하나회의 숙청을 통해서 군부에 대한 문민통제의 전통을 확립하였다. 군부 내부의 독재적 네트워크를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하는 점을 예견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는 저항운동이 군부의 분열과 군부의 민주파의 등장을 촉진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며 이것이 포스트-독재 하에서 군부개혁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III. 반독재 세력의 집권기
도전 11: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제약 속에서 어떻게 사회정책을 확장할 것인가
1997년 50년만의 야당정부는 동시에 급속한 개방화의 시기, 파견근로의 허용 시기였다. 이로써 양극화가 더욱 촉진되는 방식으로 개방화가 이루어졌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거대한 흐름은 많은 나라에서 집권세력을 친시장적인 정책을 선택하도록 강제하며 이를 역류하는 정책선택을 대단히 어렵게 한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하에서 친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취하는 정권이나, 혹은 거의 모든 집권세력들은 불안정성을 경험하게 된다. 남미에서는 친미정권이 친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취하고 반대로 저항세력이 반미적인 ‘신(新)사회주의’정책을 취하는 경우도 나타난 반면에, 지구촌의 다른 나라에서는 정반대로의 경로를 드러낸다. 한국에서는 반독재 중도리버럴 정부가 개방화를 추동하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나게 됨으로써 상황은 반대로 나타나게 된다. 이것은 앞서 이야기하는 바로 신자유주의지구화 시대의 정치의 불안정성이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가 기본적으로 ‘분배정책’이나 경제적 ‘포섭(inclusion)정책’의 경제적 기초와 선택범위가 제한되기 때문에 이념적 색채가 다른 정권들 대다수가 불안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 그 정권의 신수혜집단이 존재하고, 신배제집단(최소한 주관적으로는)이 나타나게 된다. 반독재 민주정부 하에서는 누가 수혜집단이 되도록 할 것인가.
태국의 탁신세력을 보게 되면, ‘경제적 민중주의’ 정책으로 인하여 쿠데타로 축출된 이후에도 많은 자신들의 정치적 지지자들을 남겼다. 버마에서 포스트-독재 하에서 어떤 경제적 혜택을 민중에게 제공하고 누가 새로운 확장된 지지집단이 될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개혁주의’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개혁주의’ 플랜이 필요하다. 정치적 독재의 유산 척결, 투명성 증대 등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대중들의 사회경제적 요구에 어떻게 부응할 것인가.
도전 12: 반독재 민주정부 시기에 어떻게 보수의 풀뿌리 사회적 기반을 교대시킬 것인가--풀뿌리 시민사회・지역사회 민주화
한국의 경우, 이른바 ‘53년 체제’와 ‘61년 체제’로 상징되는 계급적・사회적 역관계가 87년 이후 20년의 민주화과정에서도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전 시기에 구조화된 계급적・사회적 역관계가 변화하지 않았다. 여전히 한국의 보수는 강고하고, 보수는 ‘진보’의 실패로 쉽게 ‘권토중래(捲土重來)’하는 상황이 나타났다.
도전 13: 지방분권화와 그것의 민주주의의적 효과.
한국의 경우, 87년 이후 민주화 20년은 중앙정치적 수준에서의 ‘다원경쟁체제’의 성립에 불과하고 풀뿌리 수준과 지역수준에서 여전히 보수의 대중적 기반이 강고하게 존재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시민사회운동도 사실 중앙정치권력과 중앙경제권력을 ‘향한’ 운동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고, 중앙정치적 수준에서의 ‘역전’이 곧바로 지역 및 풀뿌리 수준에서의 ‘대역전’이 나타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일찍부터 인종갈등 등으로 인하여 분권화를 촉진하였는데, 이것이 오히려 민주화로 인한 중앙정부의 통제의 약화 속에서, 지방 토호세력들이 지역의 정치적, 경제적 기반을 강고하게 장악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전철을 어떻게 밟지 않을 것인가.
도전 14. 언론개혁과 공론장의 민주화
독재 하에서 성장한 친독재적 언론은, 민주화 이후 독자적인 경제적 기반을 갖추어가면서 ‘자율’적으로 한 사회의 독재적 유산을 재생산하는 기구로 작동한다.
언론 권력의 민주화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국가적 통제 하에 있는 공영언론의 민주화와 사적 자본의 통제 하에 있는 민간언론의 민주화의 과제가 포함된다.
도전 15. 개혁적인 제도 설계의 상상력
특정한 정치체제는 ‘제도복합체’ 혹은 ‘복합적인 제도적 구성체’로서 작동한다. 반독재 세력도 이러한 제도를 적절한 방향에서 개혁하지 못하고, 그 제도적 구성 내에서 갈등하고 경쟁하게 된다. 한국의 경우를 보게 되면, 대통령제 대 내각제의 구도, 대통령제 하에서의 결선투표제도,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 등등의 제도는 경쟁의 결과 자체를 규정하는 측면이 있다. 민주정부는 기존의 제도적 구성을 전제로 하여 존재했고 이런 점에서 대안적인 제도개혁을 진보개혁세력 일반이 사고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는데, 버마의 경우 창조적으로 제도설계를 고민하면 좋겠다.
앞서 서술한 사회적 균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갈등의 제도적 형식을 변화시키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도전 16. ‘아군-적군’의 이분법을 넘는 ‘헤게모니적 정책수행능력’
사실 하나의 정책을 수행하는 데에는 많은 저항들이 뒤따른다. 이를 극복하고 우회하는 정책실행능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시민사회운동에서는 ‘개혁 대 반개혁’ 등 ‘도덕적 이분법’이 필요하지만 국가운영 상에서는 더욱 복합적 시각이 요구된다. 어떤 의미에서 하나의 정책의 ‘찬성집단’ 대 ‘반대집단’의 경계를 허물면서 양자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차이들을 인식하면서 반대그룹들의 일부는 찬성그룹으로 전유하는 능력도 요구된다
이를 조세저항을 예로 들어서 이야기해보자. 대선 패배의 최대의 실패 중에 하나는 ‘6억 원 이상 1가구 주택보유자’에 대한 중과세이다. 사실 복지국가로 가는 경로에서 조세저항을 돌파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다. 더욱 급진적인 정책을 수행하면 할수록 이러한 저항은 강화된다. 이런 점에서 반독재세력의 집권 후에는, 중간 지대의 세력과 집단, 개인들을 어떻게 헤게모니적으로 설득하고 획득할 것인가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도전 17. 정책적 시뮬레이션(simulation) 능력의 확장
어떤 하나의 정책을 시행했을 때 동반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나 ‘의도하지 않은 효과’에 대한 ‘예견적 검토능력’이 배양할 필요가 있다. 독재가 엄존할 때에는 누가 거리에서 전투적으로 투쟁하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지만, 반대로 독재가 붕괴된 이후 혹은 민주정부 수립 이후에는 설득력을 갖는 현실적 정책들을 제시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예컨대 민주화의 한 차원으로서의 분권화의 과제로서 행정수도 이전, 공공기관 이전 등이 시행되었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지역 수준에서까지 땅값을 상승시키고--여기에 수도권의 땅값은 하락하지 않으면서--그것이 전국적인 땅값을 동반 상승시키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이것은 참여정부의 서민 지지기반을 급속히 붕괴시켰다. 이런 점에서 ‘투쟁을 정책’으로 전환하고 그 정책의 현실화에 대한 섬세한 성찰능력이 필요하다.
* 출처 : 아레나(Asian Regional Exchange for New Alternatives) / 버마전략회의-독재 이후 버마 민주화의 예상 도전들과 민주개혁구상(Envisioning Post-Dictatorship Burma) 자료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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