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 MBC와 비교된다
: 공영방송 수호 투쟁의 현 상황에 대한 문화연대의 논평
정말로 상황이 위급하다. 시민사회의 행보가 급할 수밖에 없으며, 운동의 결집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2MB
정권의 등장과 더불어 그러하다. ‘전천후 요격기’의 방송통신위원회 전면 배치와 함께 그러하며, 지난 총선에서의 보수 세력의 압승으로 인해 더욱
그러해졌다.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정치권 내 진보, 개혁, 비판 세력의 사실상 무력화가 또 다른 불리한 조건이다. 바로 그러한 미디어
공공성의 총체적 위험 상황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공영방송 체제의 비상사태다.
우리는 지난 한미자유무역협정
저지 투쟁을 거치면서 이러한 미디어 공공성, 방송 공영성 위기가 바로 닥치리라는 것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그래서 대비하자고 했다. 연대를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노무현 정권 이후 본격화될 신자유주의 자본국가의 시대에 대비한 총역량 결집의 제안이었다. 그리하여 ‘언론 사유화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 행동’이 구성되었다. ‘공공미디어연구소’가 설립되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운동의 역능을 총집중시키자 했다. 방송사
내부의 피디, 기자, 기술인 모두가 시민사회, 운동진영과 결집하면, 쉽지 않지만 여전히 승산 있는 승부를 펼칠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다.
정의와 상식을 무기로 한 투쟁은 결코 국가, 자본의 무리수에 의해 쉽게 진압되지 않는다. 단, 하나의 전제 조건이 있다. 원칙에
기초한 연대와 협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미디어 공공성, 공영방송을 위협하는 세력에 맞선, 미디어 공공성과 공영방송을 보호코자 하는 세력들
사이의 확고한 원칙에 기초한 확실한 단결이 필수적이다. 힘을 합치고 또 합쳐야 한다. 사영화의 쓰나미가 밀어닥치는데, 정략적 반목으로 인해
운동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그래서 공공․공익․공익성의 근본을 망실하게 된다면, 그 과오는 너무나 크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미디어 공공성, 공영방송, 그리고 방송의 공익성 가치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문화방송(MBC)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한나라당, 정부, 그리고
무엇보다 수구매체/독점자본의 공세에 맞서 공영방송 MBC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에 있어, 사장과 노조, 경영진과 노동자 간에 빈틈을 현재로서는
찾아보지 못한다. 우리는 이러한 태도가 시민사회의 공영방송 수호 투쟁에 응대하는 공영방송의 최소한의 윤리라고 평가한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너무나 당연하게 요구되는 태도라고 본다.
물론 내부의 갈등 요소, 현안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사측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 공영성
강화 방향의 편성 약속 등을 서둘러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노조와 노동자들의 분발도 요청된다. 모든 문제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무엇보다
공익을 위하는 공영방송의 모형에 부합되는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바로 그런 문제들을 대화를 통해 함께 해결함으로써 공영방송
보호의 전선에 참여코자 하는 MBC 내부의 분위기를 일정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방송을 권력의 시녀, 자본의 도구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는
노․사를 초월한 공감의 구조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 만큼 기대도 크다.
그런데 훨씬 더 분명하게 미디어 공공성, 공영방송 수호의
일치된 모습을 보여야 할 한국방송(KBS)은 어떠한가? 노사가 한 목소리로 단결하여, 공영방송 수호의 의지를 밝히고 있는가? 그럼으로써 미디어
공공성 보호에 나서고자 하는 시민사회, 운동진영에 보탬이 되고 있는가? 딱 깨고 말해서, KBS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싸움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일치된 목소리로 대처하고 있는가? 아니면, 내부 분란으로 말미암아 대오를 분산시키고 전선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외부의 위협이 노골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그 위협이 KBS의 위상을 결정적으로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게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KBS 노조가 정연주 사장 퇴진 투쟁에만 올-인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정 사장에 대한 판단은 달리할 수 있다. 그에 반대하고,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만약 그것이 내부 구성원들의 다수 의견이라면 어찌 말리겠는가? 그렇지만 집이 홀라당 타버릴 수 있는 화재의
상황에서, 부부가 혹은 아들과 자식이 서로 내 탓이라며 싸우는 모습이 얼마나 한심하고 안타까운지 알기는 하는가?
홀라당 불에 다
타버리고, 대체 그 폐허 속에서도 ‘당신이 문제니까 집을 나가라’는 식의 싸움이 가능하겠는가? 터전을 잃어버리면, 대체 그 피해는 누가 고스란히
짊어지게 되는가? 개인의 집이 아니기 때문에, KBS의 손실은 단순히 그 ‘식구’들뿐만 아니라 사회 성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화재 진압에 나서지 않고 집안싸움에만 몰두하는 현 KBS의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할 수가 없는 것이다. 분란은 집안에만 그치지
않고, 시민사회․운동진영까지 불편․불안케 만든다.
KBS 노조에 대한 신뢰를 완전하게 접고 싶지 않다. 미디어 공공성, 공영방송에
대한 KBS 대다수 구성원들의 신념을 신뢰하고 기대한다. 그러니 KBS 노조는 서둘러 눈을 바깥으로 돌려야 한다. ‘민영화’의 불길이 당장
들이닥칠 비상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몸을 긴급히 움직여야 한다. 남들은 정신없이 ‘불이야’ 외치기 바쁘고, 협심해 불끄기 분주한 데, 언제까지
집안싸움에만 정신 팔 것인가? 그렇게 하는 게 KBS를 지키는 길이라는 소리에 어찌 시청자, 시민이 동의할 수 있겠는가?
말이
필요 없다. 행동하라. 미디어 공공성, 방송 공영성의 기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 수호를 위해 전 역량을 모으라. 사측과 무조건 타협하라는 뜻이
아니다. 노동자의 권리, 방송의 주권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사측과 싸우라. 그러나 그만큼, 아니 더욱 열심히 미디어 공공성, 공영방송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연주 퇴진이 KBS의 공영성, 미디어 공공성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자본국가의 일방적 미디어 사유화의 공세를 저지하는
것만이 KBS의 공영성, 미디어 공공성을 보장해 줄 것이다. 운동은 정치가 아닌 원칙의 싸움이다.
4월 29일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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