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토요일 <3.17국제공동반전행동> 집회가 있었던 서울역에서는, 도심 거리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노숙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허름한 차림으로 서울역 광장의 계단과 벤치에서 따뜻한 봄날의 햇살을 쬐며 잠을 청하는 이도 있고, 옹기종기 모여 소주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는 이들도 있습니다.
서울역 앞 벤치와 거리에서 노숙인들과 쉽게 마주친다
그렇게 해가 지고 어두운 밤이 되면 노숙인들은 밤이슬을 피해 잠을 청해하기 위해 지하보도나 서울역사로 찾아간다고 합니다. 헌데 서울역사에는 보안과 승객들의 안전문제를 들어 노숙인들의 밤사이 출입을 엄격히 막고 있어 예전만치 쉽게 휴식과 잠을 청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밤을 보낼 어딘가를 찾아야 하지만, 오갈데 없는 이들인지라 지하철 역사나 지하보도에서 골판지를 깔고 잠을 청하기 일쑤입니다.
서울역 근처에는 지하철역사와 지하보도가 많아 노숙인들이 밤에 잠을 청하곤 한다
하지만 역사직원과 공익근무요원들에게 쫒겨나는 수모를 당합니다.
얼마전 서울역 노숙자에게 목도리를 건네준 한 여대생의 훈훈한 이야기와 달리, 우리 주변에 소외되고 멸시받는 노숙인들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과 편견, 인격모독, 차별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그것을 당연시 하고, 이들을 위한 사회적 보호가 정부 차원에서 보장되지 못하는 빈약하고 수준낮은 복지정책 때문이기도 합니다.
노숙인들도 3.17국제공동반전행동의 어엿한 참가자였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도 평화를 바란다!
아래 서울역 지하보도내 '노숙을 금지한다'는 경고판에서 볼 수 있듯이, 노숙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적.배타적 의식은 이렇게 일상적이고 노골적입니다. 이것에 항의라도 하듯이 경고판은 찢기고 불에 그을리고 온갖 낙서투성이입니다. 거리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노숙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이 사회의 무관심과 무책임함에 대한 강한 불만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사람답게 살고 싶지만 그것이 허락되지 않고, 사회에서 같은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거나 받아주지 않아 노숙인들은 골치덩어리, 말썽만 일으킨다고 낙인찍어, 삼청교육대 같은 강제보호를 통해 사회와 격리시키려고 하는 정부정책에 대한 저항의 표식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지난 2004년 8월 서울역 유실물센터에서 숨진채 발견된 노숙인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노숙인들에 대한 생활보조, 지원, 치료, 보호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새청사를 짓는데 돈을 퍼붓는다고 합니다. 그럴 돈이 있으면 공공주택을 짓든지 임대를 얻어 노숙인들이 밤이슬을 피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주는 것이 훨씬 의미있고 아름다운 시정이 될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서울역서 마주한 노숙인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들을 보는 우리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보면서, 올해도 노숙인들의 삶은 외롭고 힘겹기만 할 것 같습니다.
낡고 불에 그을린 노숙 금지 경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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