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쉬는 흙을 밟고 살아간다는 것은...
엉성한 장마가 지나고 맑게 개인 지난 여름날. 점심을 먹고 마을 뒷편 숲을 찾아, 계곡으로 피서를 나온 꼴불견 행락객들도 보고, 어렸을 적 가재 잡던 기억을 떠올려 사라진 가재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발길을 옮겨 철마산 줄기를 타고 나아가, '개발'이란 미명 아래 드넓은 농지와 자연을 깔아뭉개고 콘크리트 도시를 건설하는 청라지구를 둘러보고 내려왔습니다.
* 관련 글 :
- 꼴사나운 피서객들에게 고함! 곱게 놀다가세요!
- [영상]사라진 가재를 찾아서~
인천 서구 심곡동과 검암동 일대와 청라지구
인천지방공무원연수원 쪽으로 산을 내려와서는 서구근린공원 벤치 그늘에서 책을 읽다가, 해가 서쪽하늘로 넘어갈 쯤에 집으로 향했습니다. 나무계단을 내려와 공원 주차장을 지나쳐 공원 바로 옆에 새로 생긴 아파트촌을 지날때였습니다. 인도와 차도의 경계에서 갈색의 작은 물체가 매달려 있는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공원 옆에 새로들어선 아파트촌
그 매마른 길가에서...
괜한 호기심에 가던 길을 멈추고 쭈그려 앉아 살펴보았는데, 매미 유충의 허물이었습니다.
땅 속에서 긴 잠을 자던 매미는 욕심많은 사람들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벽돌로 뒤덮힌 삭막한 세상으로 힘겹게 비집고 나와 그 자리에서 허물을 벗고 날개를 펴서는 숲으로 날아간 듯 보였습니다.
그 애처로운 모습을 한참 보다보니, 매미 유충이 깨어난 이 자리는 원래 사람들이 터를 이루고 살던 마을이 아니라 숲과 농지였음이 떠올랐습니다. 10년 사이 작은 생명들의 보금자리마저 가차없이 빼앗아 버린 사람들이 지금은 그 자리에서 그들만의 삶터를 이루고 살고 있는거였습니다.
암튼 살아 숨쉬는 흙을 밟아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나 흙과 분리된 생물들은 생명의 근원을 상실한 채 그렇게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덧. 여름밤 매미 노래소리 때문에 잠도 못자게 할 만큼 시끄럽다고들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그 매미의 보금자리를 빼앗아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짓고 살아가신다면 감수해야 할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싶네요. 매미가 아직 당신의 곁에서 머물고 있음을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네요.
매미 유충의 허물
숲에서 깨어난 매미 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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