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선거법이 가지는 참여제한의 문제
박주민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 출처 : 2007 대선시민연대 유권자 토론회 "17대 대선, 인터넷 선거 참여를 돌아본다" 자료집

사진출처 : 대선시민연대


1. 우리나라 선거관리의 경향과 문제점

가. 선거관리의 바람직한 원칙

(1) 선거자유의 보장
대의민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민주국가에 있어서 공직자의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이 그 주권을 행사하는 행위이므로 국민이 선거에 참여하여 그 의사를 표현할 기회와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자유선거의 원칙은 비록 우리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지는 아니하였지만 민주국가의 선거제도에 내재하는 법 원리로서, 국민주권의 원리, 의회민주주의의 원리 및 참정권에 관한 규정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자유선거의 원칙은 선거의 전과정에 요구되는 선거권자의 의사형성의 자유와 의사실현의 자유를 말하고, 구체적으로는 투표의 자유, 입후보의 자유 나아가 선거운동의 자유를 뜻한다. 선거운동의 자유는 널리 선거과정에서 자유로이 의사를 표현할 자유의 일환이므로 표현의 자유의 한 태양이기도 하다. 표현의 자유, 특히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선거과정에서의 선거운동을 통하여 국민이 정치적 의견을 자유로이 발표·교환함으로써 비로소 그 기능을 다하게 된다 할 것이므로, 선거운동의 자유는 헌법에 정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보장 규정에 의한 보호를 받고 받아야 한다.


(2) 선거의 공정성 유지
그러나 한편, 민주적 의회정치의 기초인 선거는 동시에 공정하게 행하여지지 않으면 아니 된다. 금권, 관권, 폭력 등에 의한 타락선거를 막고 무제한적이고 과열된 선거운동으로 말미암아 발생할 사회경제적 손실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국민의 진정한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하여는 선거의 공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선거의 공정 없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거의 자유도 선거운동의 기회균등도 보장되지 아니한다. 이 점에서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하여는 어느 정도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가 행하여지지 아니할 수 없고, 이는 곧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셈이 되므로 기본권 제한의 요건과 한계에 따라야 한다. 따라서, 우리 헌법상 선거운동의 자유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 제한할 수 있되, 그 경우에도 선거운동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는 것이다.


(3) 소결
결국 선거관리는 선거의 자유와 공정성이 균형있게 유지될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만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선거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 우리나라 현행 선거관리의 문제점

(1) 규제중심의 선거관리
후보자들 입장에서의 선거운동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리려는 노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후보자 개인이 갖는 장점이나 역량, 긍정적인 면을 유권자에게 부각시킴으로써 지지를 이끌어 내려는 정치적 노력인 것이다. 반대로 유권자들 입장에서의 선거운동은 자기들이 원하는 바를 표를 매개로 후보자에게 알리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선거운동이란 후보자들의 선거운동과 유권자의 선거운동이라는 서로 다른 방향의 선거운동을 총칭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정치적 상호 소통의 수단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다. 선거법 규정을 보면 제한, 금지의 내용을 담고 있는 조항들이 무척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선거운동을 규정한 부분 가운데 84조부터 110조까지 26개의 연이은 조항은 모두 금지, 제한의 내용을 담고 있다. 즉, 현행 선거법은 지나치게 규제중심적이고 억압적이며 규제를 위한 규제를 하기 위해 사실상 유명무실하여 지켜지지 않고, 때로는 지켜질 수도 없는 규정들을 많이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규제 중심적인 법규가 만들어진 것은 과거 선거운동의 어두운 기억과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하고 있다. 당선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선거운동을 펼쳐 결국 혼탁한 선거로 이끌었던 경험 때문에 이를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제재 조항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부터 이처럼 규제 중심적인 선거법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2) 새로운 현실의 미반영

① 인터넷 등 새로운 방식의 출현
또한 현행 선거법은 동원선거, 물량선거 등 전통적인 선거방식을 염두에 둔 법 규정들이라서 유권자들의 자발적인 의사표현과 조직 활동이 이루어지는 매스 미디어나 인터넷을 이용한 새로운 방식의 선거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박철희 2003: 115).


② 자발적 참여자들의 형성
그리고 2002년 대통령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 과거와는 달리 노사모, 창사랑 등 자발적으로 조직된 정치인 지지자 집단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자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바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도 박사모, 명박사랑 등 다양한 정치인 지지 집단이 생겨나고 있고, 특히 이념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선호하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에 간여하려는 집단도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우파 집단인 뉴라이트전국연합은 2007년 한나라당의 집권을 위해 정치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한겨레 2006. 11.8). 우리 정치에서 정당이나 후보자간 이념적 차별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과거에 보지 못한 ‘자발적인 선거 운동원’은 앞으로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2년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이 벌인 ‘희망돼지’ 모금 건에서 보듯이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 운동을 전개하는 등 선거운동에 참여하면 불법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선거법의 규정이 시대적 변화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3) 현행 선거관리가 선거현실에 미치는 악영향
이전과 비교할 때 한국의 선거문화가 많이 개선되었고 정치적 상황도 크게 변화했다. 이처럼 변화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규제 중심적 규정은 후보자와 유권자간의 자유로운 정치적 커뮤니케이션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탈법, 불법 선거운동으로 이어져 정치적 불신을 확대 재생산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정치적 불신의 근본적 원인을 선거법에서만 찾을 수는 없겠지만 불필요할 정도로 엄격한 선거법이 자유로운 접촉을 막고 탈법, 불법을 양산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의 선거는 새로운 정치 지도자를 뽑는 축제나 잔치로 자리매김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선거법 자체가 잔치를 벌리기 보다는 일탈 행위를 막으려는 통제의 시각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운동에 대한 지나친 엄숙주의로 선거의 흥을 느끼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실 선거운동 과정에서 표출되는 유권자의 의사표현을 바라보는 선거법의 시각은 모두가 돈에 의해 동원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선거운동은 조직적 동원에 의한 운동이나 집회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편협한 시각이 지지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막고 선거를 유권자를 배제한 후보자들만의 행사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

 

이렇게 선거운동 과정에서 표출되어야 할 정치적 의사표현이 규제 중심의 선거법으로 인해 지나치게 제약되고 있기 때문에 선거운동의 창의성이나 대중성 역시 제대로 발휘되기 어렵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서구에서라면 유권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이나 얼굴을 새긴 티셔츠를 자유롭게 만들어 입고 다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심지어 같은 색의 옷이나 모자를 입은 3인이 함께 다녀도 선거법 위반이다(105조). 후보자의 얼굴의 특징이나 성격 등을 재미있게 묘사한 인형이나 마스코트 등의 상징물도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이 역시 선거법 위반이다. 정당의 입장을 간명하고 눈길을 끌도록 표현한 정치 광고를 담은 간판, 선전탑, 애드벌룬 등도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선거법에서 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90조). 이처럼 유권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수단은 모두 법으로 금지해 놓고, 기껏 허용하는 선거운동 방식은 명함, 선거공보 (책자형, 전단형), 선전벽보, 현수막, 어깨띠 등이다. 더욱이 현행 선거법에서는 어깨띠의 개수나, 현수막의 크기, 신문 광고의 횟수 및 규격, 색도까지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지나친 행정적 규제가 정치가 담아내야 하는 역동성과 재미를 죽이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선거운동이 축제나 잔치의 느낌을 주도록 하는 재미를 결코 줄 수 없다. 선거 운동에 대한 지나친 엄숙주의라고 할 것이다.

 

2. 최근의 이슈 - 인터넷과 선거자유

 

최근 선거공간에서, 특히 유권자들의 선거운동의 측면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피도록 하겠다.

 

가. 인터넷을 통한 의사표현의 의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컴퓨터 통신망인 인터넷을 통하여 전자 우편, 뉴스, 정보검색, 인터넷 대화와 토론, 전자 게시판, 온라인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인터넷은 이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와 풍부한 자원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 확대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공론의 장에서 사용자들이 서로 자유로운 토론과 대화를 통하여 여론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실현에 이바지하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의 이와 같은 표현의 자유 확대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에의 능동적 참여는 여타의 언론매체들과는 다른 인터넷만이 가지는 특징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즉 인터넷은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로서 진입장벽이 낮고, 표현의 쌍방향성이 보장된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02. 6. 27. 99헌마480 참조).

선거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특히 자유선거의 원칙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자신의 견해를 쉽고, 폭넓게 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권자이자 유권자인 국민들 사이에서 자신들이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정당 또는 후보자 등에 대한 정치적 의사를 교환함으로써 선거와 관련한 여론을 자연스럽게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인 ‘인터넷’에서의 정치적 의사표현 역시 가능한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터넷은 가장 간편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로의 원활한 소통을 보장해주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나. 인터넷에서의 의사표현의 제한

 

그런데 현재 선거를 둘러싼 상황과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10월 30일 기준으로 선관위가 선거법을 근거로 인터넷의 글 삭제를 요청한 건수는 6만 건에 달하고, 그 중에 수사 대상에 오른 경우는 561건(618명)으로 전체 선거법 위반 사건(827건)의 68%에 해당한다고 한다. 삭제된 건수만 보면, 2002년에 비해 6배에 달하고 있다. 지지, 반대는 물론이거니와 단순한 의견개진이라 하더라도 반복적으로 올리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여 선거법 위반 혐의를 씌우니 단속 건수가 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후보가 스스로 인정했거나 언론이 모두 보도한 사실에 기초해 정치토론을 해도 ‘유권자가 하면 선거법 위반’이라고 하니 선관위와 경찰의 자의적인 법집행에 선거의 자유가 보장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공권력으로 침해하는 이 같은 현실을 바라보면서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 독재 정권, 유신 시절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착각마저 들게 한다. 

 

다.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제한 원인

 

이렇게 선거기간 동안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는 이유는 선거법이 선거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선거운동의 개념을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과 선거법 제93조 제1항 본문 “누구든지 선거일전 180일(보궐선거 등에 있어서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기타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을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에 규정된 문서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 등에 올려놓음으로써 그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열람할 수 있게 하였다면 이는 위 조항 소정의 ‘게시’에 해당한다”(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5도1425 판결)고 법문과 달리 인터넷 상 의견을 게시하는 것도 선거운동으로 파악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따라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의 기간 동안 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 UCC를 통하여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 추천, 반대 등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경우 선거법에 의거 금지될 수 있다.

 

3. 선거법 제93조에 대하여

 

아래에서는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선거의 자유,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의 자유를 제한하는 선거법 제93조를 중심으로 현행 선거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가.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1)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 여부

국민의 기본권을 법률로써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고 또한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서 과잉금지의 원칙이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국가작용의 한계를 명시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방법 또는 수단의 적정성 내지 상당성·피해의 최소성·법익의 균형성 등을 의미하고 그 어느 하나에라도 저촉이 되면 위헌이 된다는 헌법상의 원칙을 말한다.


그런데 제93조 제1항이 선거운동 제한에 있어서 그 방법이 적절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제한기간이 선거일 전 180일부터로서 너무 장기간이고,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지지 유도나 상대 후보 비방이 아닌 자신 또는 타인에 대한 단순한 선전활동까지 금지한 것은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지 의문이 든다. 여기에서 선거운동행위 내지 이와 유사한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에 있어서의 '방법'상 제한규정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위 제93조 제1항이, 규제의 기간 및 대상 등에 있어서 선거운동에 있어서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기본권 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인지의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① 입법목적의 정당성 여부
선거법 개정의 역사는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되어 왔다고 할 수 있고, 공직선거법의 제정 취지 역시 깨끗하고 돈 안 드는 선거를 구현하기 위하여 부정 및 부패의 소지를 제거하는 한편 자유롭고 민주적인 의사표현과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려는 데에 있다.

이와 같은 취지에 따라,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은 각 후보자의 선거에서의 조건을 공평하고 평등하게 하기 위하여 그 행위주체에 제한을 둠이 없이, 사실상 선거운동의 성격을 가진 문서, 도화, 인쇄물 등이 무제한적으로 배부되어 선거운동에 부당한 경쟁을 초래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을 해치는 것을 막고자 하고 있다. 아울러 공직선거법 제64조 내지 제66조가 문서의 경우 선전벽보, 선거공보, 선거공약서 등에 의한 선거운동만을 허용하면서 이에 대하여도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등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는 의미가 상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선거일을 앞둔 일정한 기간 동안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 도화 등의 배부, 게시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바, 이는 선거의 공정한 집행 및 비용이 적게 드는 선거운동의 보장, 이를 통한 기회균등의 보장이라는 공익을 도모하기 위한 면이 있다.

따라서, 제93조 제1항이 선거와 관련하여 그 소정의 행위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헌법 제116조 제1항의 선거운동 기회균등 보장의 원칙에 입각하여 선거운동의 부당한 경쟁이라는 폐해를 막고, 선거의 평온과 공정을 해하는 결과의 발생을 방지함으로써 선거의 자유와 공정의 보장을 도모하여 선거관계자를 포함한 선거구민 내지는 국민 전체의 공동이익을 위한다는 합목적적 제한이라고 볼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본다.


② 수단의 상당성 여부
제93조 제1항에 있어서의 기본권 제한의 수단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 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 도화, 인쇄물이나 녹음, 녹화테이프 기타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 첩부, 살포, 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는 것으로서, 이는 공직선거법이 질서 있고 공평하며 비용이 적게 드는 선거운동을 위하여, 한편으로는 선전벽보(제64조), 선거공보(제65조), 선거공약서(제66조), 신문광고(제69조) 등에 의한 선거운동행위를 상세히 규정하여 이를 허용하면서, 다른 한편 이러한 방법에 의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즉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 도화 등 시각에 호소하는 방법 이외에 녹음, 녹화테이프 등 청각 또는 시청각에 호소하는 방법에 의한 선거운동행위를 합리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제93조 제1항에서 정한 규제 대상 행위는 선거의 공정성 확보라는 위 법 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것으로서 그 수단의 상당성 내지 적정성이 인정된다고 보여진다.

 

③ 침해의 최소성
선거운동의 자유 내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때 그 한계로서 논의되는 최소침해의 원칙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국가 전체의 정치, 사회적 발전단계와 국민의식의 성숙도, 종래의 선거풍토나 그 밖의 경제적, 문화적 제반여건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우선,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에서 문서, 도화, 녹음, 녹화테이프 등의 배부, 첩부, 살포, 상영 등의 행위를 특정하여 제한하고 있는 것은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정성, 그리고 모든 선거운동방법의 전면적 제한이 아닌 점 등에 비추어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필요·최소한의 조치로서 불가피한 규제라고 할 것이므로, 이는 최소 침해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 먼저,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은 그 제한에 있어서 행위주체의 무제한과 기간이 너무 장기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즉 위 조항은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 도화의 배부 등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행위주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행위주체의 범위에 예외를 인정하여 후보자 본인 또는 그 가족 등에 대하여는 이를 허용하는 것이 선거운동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하는 것일 수 있고, 선거의 공정과 비용이 적게 드는 선거의 보장이라는 위 법 조항의 목적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용의 상한을 정하여 이를 허용한다면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조화시킨다는 법의 목적에 부합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선거운동기간 이전인 선거일 전 180일부터 그 소정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제93조 제1항이 그 제한기간의 측면에서 선거운동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침해가 될 수 있다. 즉 공직선거법 제7장 '선거운동' 부분에서는 제59조가 선거운동기간을 법정하여 그 기간 동안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한편(이를 위반할 경우 제254조에 의한 벌칙의 적용을 받게 된다), 제68조 내지 제118조에서 선거운동에 대한 각종 규제에 관하여 정함으로써 선거운동 전반을 규율하고 있으므로, 선거운동기간 이전인 선거일 전 180일부터 그 소정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위 법조항은 과도한 기본권제한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 입법형성권을 존중해야 하고, 위 법조항이 금지하고 있는 대상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다양한 행위 중 특히 선거에 중대한 폐해를 초래함으로써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인정되는 특정의 선거운동방법과 이와 유사한 행위에 국한된다고 보며, 그리고 선거일 전 180일(6개월)부터는 이미 사실상 선거운동의 준비작업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고, 문서, 녹음, 녹화테이프 등의 배부 등 행위가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개연성이 높다는 의미에서 선거와의 인접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위 법 조항에 열거된 문서, 도화, 녹음 등이 선거에 있어서 후보자와 선거인 모두에게 효과적인 정보의 전달 및 획득 내지는 선전을 위한 매우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므로 그 자유로운 이용의 필요성이 매우 크며,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정치적 의사표현은 비용적인 면에서 매우 경제적하며, 인터넷 이용 인구의 폭발적 증가에 따른 효과적인 선거운동 등이 가능하고, 참여민주주의의 실현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이 법 조항은 이 규정이 보호하고자 하는 위와 같은 폐해방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서 선거운동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선거 시기에 일반 유권자가 인터넷 게시판에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추천 또는 반대의 의견을 제시하거나 다른 이용자와 교환하기 위해서이지, ‘공명 선거’를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보더라도, 위 규정은 일반 유권자들의 선거에 관한 의사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점에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④ 법익의 균형성
공직선거법은 제93조 제1항에서 선거의 실질적 자유와 공정의 확보를 위하여 폐해가 예상되는 일정 범위의 선거운동방법을 금지하였다. 그러나 이 규정에 의하면 개인들이 선거에 즈음하여 특정한 지지 정당이나 후보자(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대한 비판이나 지지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고, 이로 인하여 개인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은 형해화하였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심한 제한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 규정으로 인하여 보호되는 공익과 제한되는 표현의 자유, 공무담임권 등 기본권과의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볼 수 있어서 균형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본다.


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등 금지’라는 제목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의 후보자 지지·추천·반대의 의사표시’를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93조는 구 대통령선거법과 구 국회의원선거법의 유사한 규정이 1994. 3. 16. 제정된 이른바 ‘통합선거법’에 그 금지기간이 180일로 확대되어 규정되면서,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물론 헌법재판소도 위 규정이 합헌임을 여러 차례에 걸쳐 판단해 왔는바,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의 내용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라는 부분의 의미가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 내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지가 문제된다.


법치국가 원리의 한 표현인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본권제한입법에 대하여 요구되는 것인바, 규범의 의미내용으로부터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수범자가 알 수 없다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은 확보될 수 없게 되고, 또한 법 집행당국에 의한 자의적 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명확성의 원칙은 특히 처벌법규에 있어서 엄격히 요구된다. 다만, 그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입법권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자의를 허용하지 않는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더라도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그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또,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의를 허용하지 않는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더라도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그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야 하므로,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명확하여야 하는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각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적 규제의 원인이 된 여건이나 처벌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공직선거법 및 제93조 제1항의 입법목적,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다른 규제 조항들과의 전체적 구조, 같은 법 조항의 내용 등을 고려하여 해석하더라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라는 부분은 그 의미에 있어서 불명확한 요소가 있고 광범위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 이는 그 인정에 있어서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문서, 도화 등의 배부·첩부 등의 행위 그 자체 및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방법 및 결과 등을 참작하여야 할 것이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와 당선되거나 당선되게 하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하는 행위는 결국 행위자의 내심의 추상적인 의사에 의하여 구별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일하게 단순한 의견 개진과 의사표시를 포함하고 있는 UCC를 만들어 어떤 사람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게재하고, 다른 어떤 사람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사없이 게재하였다면 이를 명확히 구별할 수 있지 않을 것이다. 선관위나 대법원은 이를 구별하기 위하여 반복적으로 게재하였는지를 살피고 있는데, 이 반복성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전혀 정해져 있지 않아,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3번 이상이 반복이 될 수도 있고, 100번 이상이 되어야 비로소 반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위 조항은 그 내용이 매우 불명확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 문리적으로 해석할 때,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의사하에 이루어지는 행위와 선거와 관계없이 단순한 의사표현으로서 이루어지는 행위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렇기 때문에 위 법조항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자의가 허용될 소지는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을 그 요소로 하고 있는데, 이는 선거운동의 정의에 관한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의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 및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이라는 주관적 구성요건 요소와 관련하여 그 의미가 불분명하므로 죄형법정주의 내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본다.

 

다. 소 결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및 제255조 제2항 제5호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 및 명확성의 원칙(죄형법정주의)에 반하여 선거운동의 자유 내지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고 본다.

 

4. 결 론

 

과거에 엄격한 선거운동의 제약이 필요했는지 모르지만 시대적 변화에 맞게 이제는 이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박철희 2003: 130-132)의 지적대로, 이제 선거법은 ‘포괄적 규제에서 선택적 제한으로, 소극적 최소기회 부여에서 적극적 최대기회 부여로, 그리고 행정적 단속 위주에서 사법적 처벌강화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제 중심의 현행 선거법을 대폭 개정해야 한다. 선거운동의 방식을 대폭 완화하고 그 대신 정치자금에 대한 통제와 감독을 강화하는 형태로 나아가는 것이 올바른 개선의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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